●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국적 | 우크라이나
생년월 | 1984년 12월 (만 33세)
연구 분야 | 정수론, 보형 형식
소속 |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수상 | 클레이 수학상(2017), 라마누잔상(2017), 브레이크스루상 뉴 호라이즌(2018)
2016~2017년에 수학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있는 수학자가 있습니다. 2015년까지 평범한 박사후연구원이었던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2016년 3월 발표한 연구로 단숨에 수학계 샛별로 떠올랐습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를 하루아침에 유명하게 만든 연구는 바로 케플러 추측의 8차원과 24차원 문제입니다. 사과나 오렌지처럼 동그란 물체, 즉 구를 최대한 많이 쌓는 방법을 찾는 것이 케플러 추측인데요. 문제는 이해하기 쉽지만 이 문제를 푸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독일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3차원에선 공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으면 된다고 추측한 지 무려 378년이 지난 1998년에야 엄청난 양의 컴퓨터 계산을 통해 문제가 풀렸으니까요.
2015년까지 4차원 이상의 문제에 관해선 해결된 게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2003년 헨리 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박사와 노암 엘키스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이 문제를 특별한 성질을 만족하는 함수를 찾는 문제로 바꿔놓았습니다. 이들이 말한 함수를 찾기만 하면 케플러 추측의 다른 차원 문제가 풀리는 거지요.
수학자들은 막연하게 1900년대 초부터 정수론에서 활발히 연구하던 보형 형식이 콘과 엘키스가 말한 함수가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이 함수가 워낙 성질이 좋아서 여기저기 많이 쓰이거든요. 하지만 함수를 찾는 게 워낙 어려워 내로라하는 수학자도 결과를 내지 못했던 거지요.
조합론 문제, 정수론으로 해결!
그런데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8차원에서 적용되는 보형 형식을 대학원생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만 써서 찾은 겁니다. 보형 형식이란 f(x)=f(-1/x)를 만족하는 주기함수로, E8 격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보형 형식 이론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는 물론, 리만가설의 핵심인 리만 제타 함수와도 관련이 있는 현대 정수론의 핵심 연구 분야 입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찾은 함수는 성질이 얼마나 좋은지 24차원에서도 통했습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8차원 문제를 해결한 논문을 인터넷에 먼저 공개했는데, 이를 본 콘 박사가 24차원 문제도 풀 수 있겠다며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5명의 수학자가 일주일 동안 머리를 맞댄 결과 24차원 문제도 단박에 풀어버렸죠.
최영주 포스텍 교수는 “필즈상은 중요한 난제를 풀거나 문제를 푸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야 받을 수 있는데,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간단하게 풀었기 때문에 필즈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케플러 추측을 풀면 전화 통화나 방송 신호에 발생하는 잡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8월 포스텍에서 열린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위성학술대회에서 찍은 사진. - 포스텍 제공
최 교수는 비아조프스카 교수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인 돈 재기어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함께 진행할 만큼 친분이 두텁습니다. 그래서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박사 과정을 밟을 때 여러 번 봤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수학자인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평범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던 거지요. 단지 친한 교수의 제자 중 하나로만 여겼답니다. 그랬던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케플러 추측을 풀었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한 적도 거의 없고, 어린 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도 출전하지 않아 알려진 바가 별로 없습니다. 2002년과 2005년 국제 대학생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는 것만 기록이 알려주고 있지요. 브라질에서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돼 그간 궁금했던 내용을 물을 수 있을까요? 브라질에서 두 번째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